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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도쓰 25년 11월호

이 달의 글11월 27일, 첫번째 열, 왼쪽 자리 방명록. @ Romi Music House누군가의 고민이 스며든 방명록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그 글 사이에서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응어리진 돌 하나를 마음 깊은 곳에 놓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우리는 종종 잊습니다.눈을 뜨는 순간에야 비로소 세상이 시작되고,손끝에 닿아야 존재를 실감하며그렇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제주의 돌과 바람. 바당의 숨결. 오름의 그림자.그리고 지금 이 마음 한 조각까지 —이 모든 풍경도 당신이 느끼는 순간 비로소 존재합니다.세상은 당신을 중심으로 조용히 피어오르고,그렇게 만들어진 한 편의 삶을 우리는 세계관이라 부르겠지요.당신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내가 존재하기에 당신 또한 여기 머무..

일상 2025.11.24

월간 도쓰 25년 여름호

이 달의 글너의 청춘에 적당함이 없기를.요즘 들어 시간의 속도를 실감한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 있고, 마음은 아직 어제의 피로를 덜지 못한 채 내일의 일정으로 떠밀려 간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낯선 불안이 파고든다. 일의 방향이 바뀌고, 사람의 태도가 달라지고, 익숙하던 안정감이 무너질 때마다 마음 한켠이 내려앉는다. 올해 여름은 특히 그랬다. 업무적으로든 심적으로든 깊게 잡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심을 잃은 채 흔들리던 시기였다. 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상을 뒤흔들었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운석 하나가 떨어진 듯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흩날렸고 그 속에서 비산한 먼지를 피해 눈을 감는 대신 그 자리에 남은 파편들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 깨진 조각들을 맞추며 ..

일상 2025.11.08

월간 도쓰 12월 호 - 파리편

이 달의 글Dear my youth,-밝게 빛나던 젊은 날을 대변하던 파리는 이제 볼 수 없어도.스물넷, 물건을 잃을까 큰 배낭을 꼭 붙잡은 채 바라보던 에펠탑을 기억해. 너무 익숙하면서도 생경했던 철골 구조물은 시간에 따라 그 빛을 바꾸었고, 눈에 비치던 백색 에펠은 밝기만 하던 어릴적 추억 속에서 두근거리던 설렘으로 남아있어. 그렇게 화려했던 며칠간의 기억은 필연적으로 이 도시를 그리워하게 만들었지.이 도시를 사랑했던 것인지 그를 바라보던 모습을 추억했던 것인지, 조금 더 어른이 되어 돌아온 이 도시는 기억 속 하염없이 밝게 빛나던 모습만은 아니었어. 다만 겨울의 회색 하늘 아래에서도 잔잔한 재즈와 샹송이 울리는 거리를 걸으며 이 도시에 물들어가는 시간은 정각이 되면 빛나던 에펠탑의 시간과 같이 젊은..

일상 2025.03.24

월간 도쓰 '25년 1월호

이 달의 글무력한 마음에 시곗 바늘을 잘근잘근 씹어먹던 때가 있었다. 무기력한 밤, 술에 취한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어둠은 짙어져 간간히 저 멀리 이름모를 차 엔진 소리만 크게 들리고 평소 들리지 않던 초침 소리가 거슬리도록 크게 들리었다. 스물 여섯, 어두운 기숙사 방 안 룸메이트가 혹여나 깨진 않을까 뒤척임에도 조심스럽던 그 밤은 유독 어두웠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마음이 힘든 시기였던 탓에 밤을 홀로 헤엄쳐가며 어딘지 모를 바다로 깊게 침전해갔고 모든 것을 결국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그 때, 다시 본 시곗 바늘은 약 5초가 지나있었다. 이질감이 있었다. 분명 젊은 청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나이였으나, 삶의 무게는 안그래도 작은 키를 가진 나를 짓눌렀고, 결국 그 중력에 이기지 못한 시간은, ..

일상 2025.03.11

월간 도쓰 12월호 -독일편

12월, 오랜만에 느끼는 가을.매달 말이면 달력의 다음장을 넘겨보며 다음 달을 계획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왜인지 올해는 12월 달력 한 장만 무거운 듯 잘 넘겨보지 않는 것 같다. 너무 바빴던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시간이 가는게 아쉬울 나이가 되었나보다.올해는 해외 구축 출장으로 인해 독일에서 겨울을 보냈다. 안개가 끼고 날은 항상 흐리지만 춥고 눈이 내리던 한국과 달리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다녀도 충분히 따뜻한 곳에 오니 무언가 여유가 생기고 급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다.항상 치열하게만 살아와서였을까? 주어진 태스크를 잘 해내기 위해 당연하게도 자신을 우선순위에서 미뤄왔던 날들이 부끄럽게 느껴지리만큼 이 곳에서의 삶은 평온하고 느긋했다. 마치 나만 답답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1.14

월간 도쓰 11월 호

12월 첫 눈의 벅참은 아니더라도.때 아닌 눈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첫 눈이라는 지극히 낭만적인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폭설로 인해 별 일을 다 겪은지라, 어릴 적 첫 눈이 오면 느끼던 행복감과 벅참보다는 걱정과 한탄이라는 지극히 염세적인 표현으로 낭만을 썼다.내년이면 앞자리가 바뀐다는 걱정때문인지 아직 청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임에도 괜한 무게감을 느껴온 것 같다. 다만 그 덕에 타성에 젖은 연속성 보다는 가치 있는 변화를 지향하며 올 가을과 빨리 온 겨울을 아주 이상적으로 보낸 것 같다.12월은 장기 출장과 늦은 여름휴가 일정으로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기에 이번 달은 이른 송년회와 한 해 마무리를 다 하고 왔다. 그래서인지 내린 때 아닌 폭설은 미리 보여준 올 해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하기로..

카테고리 없음 2024.12.09

월간 도쓰 시월호

의식하지 못한 새 시간은 흐르고 가을 찬 공기가 아직 준비되지않은 소매에 스쳐들어왔다. 시월의 새벽 공기는 평소보다 차고, 아직 이 날의 기온에 적응하지 못한 나의 육신은 선선한 가을바람에도 오한을 느꼈다. ’따듯한 감정이 없는 탓이겠지, 이 도시에 적응한 사람들에게는 말이야.‘ 색을 잃어버린 채 회색으로 빛나는 테헤란로의 불빛과 그 아래 제 모양을 찾으려는듯 웃자란 잡초들은 상경한 청년에게 유난히 생경한 이 도시의 황량함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다만 내 이십대 마지막은, 그리 황량하지 않았으면 했기에 이번 달은 여유롭고 무던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려 결심했다. 그렇게 이 쌀쌀한 날씨에도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노란 햇살이 있고,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은 수줍은 따듯함이 있으며, 의식하지 못한 채 흘러가..

일상 2024.10.27

월간 도쓰 9월호

Blank space 9월이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바버 자켓을 꺼내고 산책을 하고 싶어지는 날들이 떠오르는데 올해는 더운 여름으로만 가득했던 9월이었던 것 같다. 더운 날씨때문이었는지, 적응되지 않은 일교차는 감기에 딱 들기 좋게 만들었고 꽉찬 2024년에 작은 빈 공간이 있던 듯한 9월 한 달로 인해 나는 올해 여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더웠던 9월, 다만 평온했던 나날들의 연속. 올해 9월의 기록도 시작해보려한다.이 달의 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냉장고에서 꺼내 버렸다. 콩나물, 우유, 음료수, 통조림. 냉장고 안 모든 음식의 뒷면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결국 본연의 맛을 잃고 몸을 아프게할 뿐이다. 아마 한.. 2년 전 쯤이었다. 자취를 처음 시작한 나는 아깝다는 핑계로 유..

일상 2024.10.06

월간 도쓰 8월호

‘폭염 경고’매년 여름마다 어김없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 같다. 어릴 적 지구가 아프다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논하던 뉴스 때문인지 미래에 올 것이라던 아열대 기후가 오는 듯 올해는 스콜과 같은 소나기를 자주 만나고, 밖에만 나가면 숨이 잘 안 쉬어질 만큼 습하고 덥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던 답답한 마음은 습한 여름 날씨가 걷히고 차츰 가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던 것인지, 출장으로 가게 된 라스베이거스 사막의 건조함때문인지 꽤나 적응을 한 것 같다.올해 뜨거웠던 여름의 중심에서 마주친 슬픔과 고민, 고통과 행복, 기쁨과 벅참은 오랜 뒤 올해 여름이 기록적으로 뜨거웠던 만큼 기억할 것이다. 다음 여름 더 뜨겁고, 행복하고 아플 젊음임을 기대하며 올해 8월호도 시작해보..

일상 2024.09.09

월간 도쓰 7월호

2023년 12월 3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18시간 동안 헤어릴 수 없이 다양한 빛을 내는 전광판 사이에서 기다리던 2024년을 기억한다.전광판에서 나오는 똑같은 영상을 수도 없이 보며 한 겨울 맨 땅의 한기가 온몸을 감쌀즈음 2024년은 나에게 벅차도록 필연적으로 다가왔고, 지구 반대편에서 평소보다 다소 늦게 맞았던 새해의 아침은 환호성과 건물사이로 내리던 종이 꽃잎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도록 매일 뜨는 해에 설레는 이유는 20대의 마지막 해, 그 첫 날이 벅차도록 아름다웠기 떄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기록해보려 이 달의 기록도 시작하였다. 빛나던 20대의 마지막,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또 돌아보면 행복했을 기억이기에, 이 시기를 조금..

일상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