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쓰 26년 8월호

사람은 매주 하나쯤 기다리는 것이 있어야합니다.금요일에 먹을 야식주말에 볼 사람배송오는 택배개봉을 기다리던 영화때론 삶을 버티게 하는 건 큰 목표보다 달력에 적힌 작은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7월 호를 마무리 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한 달이 그새 지나가고, 여러분들에게 공유할 8월 호를 쓰는 9월이 찾아왔습니다. 제 삶을 공유한다는 행위 자체가 크게 대수로운 일은 아닙니다. 무언가 잘 살아가고 있다고 보여지고 싶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삶에 대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취급하고 있는 글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이 시간을 즐기는 이유는 제 삶에 있어 한 달이라는 케이던스를 가지고 삶을 돌아보는 이 행위가 매우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한 달에 ..

카테고리 없음 2026.09.10 0

월간 도쓰 26년 4월호

이 달의 글"Overwhelmed"며칠째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1시 5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건 아무래도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압박감 때문이겠죠. 주변에서는 너무 급하게 가지 말라고 다독여주지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자꾸만 꽉 옥죄는 것 같아요.어릴 적 형에게 물려받은 큰 바지를 어떻게든 입어보겠다고 허리띠를 끝까지 졸라매고 바짓단을 한껏 치켜올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내게 주어진 이 근사한 옷이 사실은 내 몸에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할 일은 산더미 같고 주변엔 잘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사실 어디를 가든 내가 제일 잘한다고 믿으며 살았는데, 이곳에선 썩 잘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자꾸만 불안해지..

카테고리 없음 2026.05.08 1

월간 도쓰 26년 3월호

이 달의 글 멸종위기사랑이찬혁music.youtube.com사랑은 뜨거운 여름날의 환각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진다. 술을 견딜 수 없을만큼 먹은 밤 차가움이 느껴지는 장판 위에 손을 올리고 거실 한 켠을 보았을 때 느껴진 어지러움과 같이 도로 위 사물들이 제 갈 길을 잃은 듯 흔들린다. 매연이 코 끝에 맺힌 것인지 오래된 차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에 머리는 이내 지욱한 통증과 함께 일렁이기 시작했다. 사랑은 환각과도 같다. 세상은 울렁이고 조그만 표정 변화에 눈을 감았다 뜨는 것. 세상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은 리듬과 루틴이라는 지극히 J스러운 계획적 발상이 아닌, 세계관이 충돌하며 흔들리고, 무너지고, 끝내 서로에게 섞여 들어가는 비이성적인 파괴의 과정이었다. 타인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꽤나 익숙해..

카테고리 없음 2026.04.26 1

월간 도쓰 26년 2월호

이 달의 글 불편(不便)의 미학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생경한 나라에 도착했음을 느끼게 하였다. 25불 짜리 비자를 결제하고 공항 문을 나서자 택시기사들이 자연스럽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자동차 매연 냄새와 모래 냄새, 향신료와 그들의 진한 향수 냄새가 한꺼번에 섞여 들어왔다. 한국에서 20년 전 즈음 보던 베르나, 누비라, 아반떼XD, 오래된 차에서 나는 달달거리는 소리도 낯설었다. 네 차선 도로 위를 여섯 차선처럼 쓰는 모습은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카이로의 첫인상은 단순했다. 불편했다. ‘유 차이니즈? 니하오!’ 라는 말 한마디는 가시 돋친 말처럼 귀에 거슬리게 들어왔고, 가격이 다른 외국인 메뉴판을 들이미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 어렵사리 현지인 대비 25배의 관람료를 내고 매표..

카테고리 없음 2026.03.22 0

월간 도쓰 26년 1월호

새로운 해가 떴습니다.우리는 해가 달라졌다고 말하겠지만 삶은 크게 달라지지않겠지요. 매일 같은 해가 뜨고 어둠이 지는 것처럼 일상은 그렇게 이어질 것입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무언가 모를 생경한 기분으로 새롭고 이루기 어려운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종이를 펼치고 365일이라는 숫자를 떠올리며 낯선 계절과 새로운 연도의 첫날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관념적으로 나뉜 해의 모습을 기억하려 애쓰게 되겠지요. 결국 시간은 똑같이 흘러갑니다. 다만 물리학 책에서 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같이 시간은 중력의 크기에 반비례로 흘러가겠지요. 어쩌면 무거운 마음으로 보낸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듯 지극히 물리학적 사유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한 해는 평생 기억하고픈 ..

일상 2026.02.04 1

월간 도쓰 2025년 12월호

이 달의 글2025년, 당신을 멀리 떠나보내며.당신에게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사랑스러운 손길은 이 편지를 받으시겠지요.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특별히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해를 쉬이 지나보내고 싶지 않아 그 시간을 추억하며 글을 남깁니다.겨울이 왔습니다.외투를 챙기지 못한 채 밖에 나섰을 때처럼 바람이 살을 스치며 스며듭니다. 차갑지만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네요. 당신을 지나오며 고통을 대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저는 힘든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허나 당신을 지나오며 조금은 단단해진 느낌을 갖게 된 듯 합니다.서른이라는 나이가 아쉽게 스쳐지나갑니다. 젊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워졌고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단정하기에도 ..

일상 2025.12.28 1

월간 도쓰 2025년 11월호

이 달의 글11월 27일, 첫번째 열, 왼쪽 자리 방명록. @ Romi Music House누군가의 고민이 스며든 방명록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그 글 사이에서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응어리진 돌 하나를 마음 깊은 곳에 놓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우리는 종종 잊습니다.눈을 뜨는 순간에야 비로소 세상이 시작되고,손끝에 닿아야 존재를 실감하며그렇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제주의 돌과 바람. 바당의 숨결. 오름의 그림자.그리고 지금 이 마음 한 조각까지 —이 모든 풍경도 당신이 느끼는 순간 비로소 존재합니다.세상은 당신을 중심으로 조용히 피어오르고,그렇게 만들어진 한 편의 삶을 우리는 세계관이라 부르겠지요.당신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내가 존재하기에 당신 또한 여기 머무..

일상 2025.11.24 1

월간 도쓰 2025년 여름호

이 달의 글너의 청춘에 적당함이 없기를.요즘 들어 시간의 속도를 실감한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 있고, 마음은 아직 어제의 피로를 덜지 못한 채 내일의 일정으로 떠밀려 간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낯선 불안이 파고든다. 일의 방향이 바뀌고, 사람의 태도가 달라지고, 익숙하던 안정감이 무너질 때마다 마음 한켠이 내려앉는다. 올해 여름은 특히 그랬다. 업무적으로든 심적으로든 깊게 잡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심을 잃은 채 흔들리던 시기였다. 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상을 뒤흔들었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운석 하나가 떨어진 듯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흩날렸고 그 속에서 비산한 먼지를 피해 눈을 감는 대신 그 자리에 남은 파편들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 깨진 조각들을 맞추며 ..

일상 2025.11.0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