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쓰 26년 7월호

7월, 때 아닌 행복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 습해서 바깥을 걷는 것이 유독 힘들었다. 문을 열고 나서면 공기가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고 몇 걸음 걷지 않아 셔츠가 등에 감겼다. 더운 날이 체력을 떨어뜨려서인지 유독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었고, 문득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삶의 행복은 결국 여유에서 온다는 말이 생각을 스쳤다. 금전적 여유와 심적 여유 그리고 체력적 여유.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바닥을 보이면 하루가 쉽게 무너졌다. 돌아보면 일상은 루틴이라는 말로 바꿔 부를 수 있고 불행은 대개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앞세워 찾아오는 것 같다. 정말로 여유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마음이 먼저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삶을 쉽게 지루해한다. 매일 나가야 하는 일터에서 머리 아픈 일을 하고 주말의 ..

일상 2026.08.02 0

월간 도쓰 26년 6월호

이 달의 글우리는 여름의 서울 그 저녁을 좋아했다. 강변북로를 지날 때면 마음이 까닭 없이 들뜨곤 한다. 창밖으로 번지는 노을과 그 아래 느리게 흐르는 강을 보고 있으면 낮 동안 어딘가에 눌려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풀려나는 기분이 든다. 벌써 십수 년이 지나 이제는 가장 편한 곳이 되어버린 서울에서 여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퍽 웃기게 여겨지기도 하였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고 믿었는데 도시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설레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고향집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용산의 한강 대교를 지날 때마다 무어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안도감과 안정감을 느끼곤 한다. 다리 아래로 강이 펼쳐지고 저 멀리 빌딩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비로소 돌아왔구나 하는 마음이 ..

일상 2026.07.03 0

월간 도쓰 26년 5월호

변하는 꽃의 색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언제부터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꽃의 색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봄에는 봄의 색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의 색이 있다는 걸 이제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 꽃집 매대에 놓인 꽃의 색깔만 봐도 지금이 어느 계절의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그렇게 계절의 변화를 색으로 느끼는 방법을 알아가게 되었다.D1. 5월인데도 벌써 더우면 어쩌냐는 볼멘소리를 하며 반팔을 꺼내 입었다. 작년에 산 흰색 반팔들은 목 부분이 누렇게 변해 도무지 입을 수가 없을 것 같았고, 그렇다고 검은색 티셔츠만 주야장천 입고 다니자니 그것도 영 내키지 않아 폴로 셔츠를 꺼내 걸쳐보았다. 거울 앞에 서니 요즘 운동을 안 해 얄팍해진 삼각근이 눈에 들어왔다. ..

일상 2026.06.04 0

월간 도쓰 26년 4월호

이 달의 글"Overwhelmed"며칠째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1시 5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건 아무래도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압박감 때문이겠죠. 주변에서는 너무 급하게 가지 말라고 다독여주지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자꾸만 꽉 옥죄는 것 같아요.어릴 적 형에게 물려받은 큰 바지를 어떻게든 입어보겠다고 허리띠를 끝까지 졸라매고 바짓단을 한껏 치켜올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내게 주어진 이 근사한 옷이 사실은 내 몸에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할 일은 산더미 같고 주변엔 잘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사실 어디를 가든 내가 제일 잘한다고 믿으며 살았는데, 이곳에선 썩 잘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자꾸만 불안해지..

카테고리 없음 2026.05.08 1

월간 도쓰 26년 3월호

이 달의 글 멸종위기사랑이찬혁music.youtube.com사랑은 뜨거운 여름날의 환각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진다. 술을 견딜 수 없을만큼 먹은 밤 차가움이 느껴지는 장판 위에 손을 올리고 거실 한 켠을 보았을 때 느껴진 어지러움과 같이 도로 위 사물들이 제 갈 길을 잃은 듯 흔들린다. 매연이 코 끝에 맺힌 것인지 오래된 차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에 머리는 이내 지욱한 통증과 함께 일렁이기 시작했다. 사랑은 환각과도 같다. 세상은 울렁이고 조그만 표정 변화에 눈을 감았다 뜨는 것. 세상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은 리듬과 루틴이라는 지극히 J스러운 계획적 발상이 아닌, 세계관이 충돌하며 흔들리고, 무너지고, 끝내 서로에게 섞여 들어가는 비이성적인 파괴의 과정이었다. 타인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꽤나 익숙해..

카테고리 없음 2026.04.26 1

월간 도쓰 26년 2월호

이 달의 글 불편(不便)의 미학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생경한 나라에 도착했음을 느끼게 하였다. 25불 짜리 비자를 결제하고 공항 문을 나서자 택시기사들이 자연스럽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자동차 매연 냄새와 모래 냄새, 향신료와 그들의 진한 향수 냄새가 한꺼번에 섞여 들어왔다. 한국에서 20년 전 즈음 보던 베르나, 누비라, 아반떼XD, 오래된 차에서 나는 달달거리는 소리도 낯설었다. 네 차선 도로 위를 여섯 차선처럼 쓰는 모습은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카이로의 첫인상은 단순했다. 불편했다. ‘유 차이니즈? 니하오!’ 라는 말 한마디는 가시 돋친 말처럼 귀에 거슬리게 들어왔고, 가격이 다른 외국인 메뉴판을 들이미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 어렵사리 현지인 대비 25배의 관람료를 내고 매표..

카테고리 없음 2026.03.22 0

월간 도쓰 26년 1월호

새로운 해가 떴습니다.우리는 해가 달라졌다고 말하겠지만 삶은 크게 달라지지않겠지요. 매일 같은 해가 뜨고 어둠이 지는 것처럼 일상은 그렇게 이어질 것입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무언가 모를 생경한 기분으로 새롭고 이루기 어려운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종이를 펼치고 365일이라는 숫자를 떠올리며 낯선 계절과 새로운 연도의 첫날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관념적으로 나뉜 해의 모습을 기억하려 애쓰게 되겠지요. 결국 시간은 똑같이 흘러갑니다. 다만 물리학 책에서 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같이 시간은 중력의 크기에 반비례로 흘러가겠지요. 어쩌면 무거운 마음으로 보낸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듯 지극히 물리학적 사유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한 해는 평생 기억하고픈 ..

일상 2026.02.04 1

월간 도쓰 2025년 12월호

이 달의 글2025년, 당신을 멀리 떠나보내며.당신에게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사랑스러운 손길은 이 편지를 받으시겠지요.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특별히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해를 쉬이 지나보내고 싶지 않아 그 시간을 추억하며 글을 남깁니다.겨울이 왔습니다.외투를 챙기지 못한 채 밖에 나섰을 때처럼 바람이 살을 스치며 스며듭니다. 차갑지만 견딜 수 없는 정도는 아니네요. 당신을 지나오며 고통을 대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저는 힘든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허나 당신을 지나오며 조금은 단단해진 느낌을 갖게 된 듯 합니다.서른이라는 나이가 아쉽게 스쳐지나갑니다. 젊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워졌고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단정하기에도 ..

일상 2025.12.2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