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18시간 동안 헤어릴 수 없이 다양한 빛을 내는 전광판 사이에서 기다리던 2024년을 기억한다.
전광판에서 나오는 똑같은 영상을 수도 없이 보며 한 겨울 맨 땅의 한기가 온몸을 감쌀즈음 2024년은 나에게 벅차도록 필연적으로 다가왔고, 지구 반대편에서 평소보다 다소 늦게 맞았던 새해의 아침은 환호성과 건물사이로 내리던 종이 꽃잎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도록 매일 뜨는 해에 설레는 이유는 20대의 마지막 해, 그 첫 날이 벅차도록 아름다웠기 떄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기록해보려 이 달의 기록도 시작하였다. 빛나던 20대의 마지막,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또 돌아보면 행복했을 기억이기에, 이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려는 매개체로서 소소하게 내가 좋아하는 신변잡기적인 글로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적어보려한다.
20대의 마지막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스무살 처음 상경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공부를 퍽 잘하지는 못했지만 무슨 바람이 들어서였는지 합격한 지방 대학을 마다하고 서울로 올라왔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강남으로 들어오며 보이던 높은 빌딩들과 생경한 지하철 역, 비록 창문도 없는 1평짜리 고시원 방에 처음 자리를 잡았지만 그 방 바깥 세상은 너무도 넓고 신기했기에 서울 시민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뭔지 모를 가슴 벅참이 있었다.
비록 높은 빌딩은 가기 싫은 직장이 되었고, 매일 지나는 지하철역과 막히는 도로는 더 이상 설렘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당시 벅차던 감정을 이따금씩 느낄때, 첫 상경했을 당시 20대를 빛나게 살아보고자 다짐했던 까무잡잡했던 시골 소년의 빛나던 눈을 다시 볼 수 있다.

스무 살 청춘은 경험이 전부라며 후회없이 정말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이를 앙다물며 다짐했던, 서초동 1평짜리 고시원 방 작은 반상에서 A4용지에 휘갈겨쓰던 일기를 스물아홉 상계동 아파트 거실의 큰 테이블 위에서 끝맺음 지어보려한다.
행복했던 20대 마지막 기록의 7번째. 시작해볼게요.
이 달의 취향
이 달의 플레이리스트
여름. 한국, 보사노바
- 여름, 더움과 젊은 분위기 그 자체를 보사노바로 느끼고 있다. 뭔가 모를 브라질 보사노바 재즈에 왜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남아에 온듯 너무 습하고 더운 요즘 장마철의 하루를 이 노래를 들으며 기분전환하고 있다.
- 더운 날, 틀어두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
이 달의 기록
1. 복숭아와 수박
자취생에게 가장 귀한건 집에서 살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과일이다. 엄마가 깎아주던 과일은 입에 가져다줘도 안먹는다고 투정을 부렸었는데, 그 맛이 너무 그리워서 들른 마트의 과일은 어쩜 그렇게 혼자 먹기에 양이 그렇게 많은지….
복숭아도 수박도 올 여름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사먹어봤다. 어쩌면 함께 먹을 사람들이 생겨서인지 그리 과일이 많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이젠 나도 그 비싼 과일을 사 먹을 충분한 나이가 되었나보다.

2. 여름, 홍대, 피자, 버블티 (7/7)
말도 안되는 조합. 친구 집이 홍대에 있다보니 정말 멀어도 오랜만에 홍대에 들렀다.
와 여기 왜이리 맛있나..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너무너무 맛있는 피자와 음식을 먹은 것 같다. 이거 진짜 맛있었어. 홍대를 다시 가고 싶을 만큼요.

다음은 밀크티였는데, 대만에서 정말 유명하고, 잘 안 여는 밀크티집이라고 소개를 받아서 갔었다. 와.. 이거도 정말정말 맛있었다. 최고였어.. 이 날 먹은 것들은 그저 다 최고였다.


3. Run Run Run
1년 넘게 운동을 해오면서 러닝에는 맛을 못들렸는데 정말 요새들어 러닝의 맛을 알아버렸다. 점점 가빠오는 숨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보폭을 좁게 움직이며 빠르게 뛰어가며 느껴지는 비릿한 수변의 향내는 러닝을 더 뛰고싶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5분 후반대 페이스에서 한 2-3주만에 초반대까지 끌어올렸으니 이번 달 러닝은 취미가 될 수 있었음에 만족한다!

4. 어쩌다 면접관,
구직자로 오랜 시간을 보낸 세월이 무상하게도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면접관을 맡게 되었다. JD부터 서류 심사 참여, 과제테스트 출제, 면접까지 전체적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면접자가 아닌 면접관으로서 보는 경험을 해보니 뭔가 회사생활이 다르게 보이고, 그 울렁거리던 면접도 정말 다르게 보인다.
결국 그 때 면접관으로 뵈었던 분들도 어떤 회사의 담당자이고, 직장인으로서 그 회사에서 그들의 동료를 뽑는것이었다. 비즈니스 마인드는 장착하는 선에서 사람을 어렵게 대할 필요는 없었고, 결국 원하는 것은 ‘우리의 결’에 맞는 사람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회사의 업무 유관 정보를 얼마나 잘 모으고 잘 아느냐’ 였다. 그게 핵심이고. 소위 말하는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느냐였다.
이런 정보를 나는 블라인드에서 도와달라고 임직원들을 졸라대며 얻었는데, 일전에 만든 과제 테스트 자료를 보고 당시 면접관이자 지금의 내 그룹장님이 ‘이거 본인이 만든게 진짜 맞아요? 이 정보를 대체 어디서….. 구한거에요?? 아니 이걸 어떻게 알아요??’라는 평을 했으니 지금 내 평가 기준에 맞춰 나름 면접은 잘 뿌시고 다녔었나보다.

5. 요새.는 참 희안하게 아매리카노보다, 콩물이 떙긴다잉
나이를 먹긴 했나보다. 어릴적이면 눈쌀을 찡그리며 싫다고 그렇게 하던 콩물이 어느순간 땡기더라고. 아파트 옆에 주말마다 장이 서는데 콩물에 자신감을 비치는 사장님의 눈빛에 홀려서 콩물 한통을 사왔다. 룸메 친구와 맛있게 콩물 국수도 말아먹고, 우뭇가사리 묵을 사와서 어릴때 그리 좋아하던 우무를 해먹기도 했다.
나도 결국 아조시가 되어가나보다.

6. 드디어 출장?!
기다리던 출장이 드디어 잡혔다! 8월 말에 VMware Explore 2024에 참여하기로… 올해 두번째 미국을 떠난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구축 출장이 너무 많아서.. 해외를 많이 나갈 것 같기는 하다.

작년에는 n사 황사장님도 오셨던데 이번에도 오시려나.

7. Home Home Sweet home!
여름이 왔다. 기념으로 집 안에 있던 모든 식물을 다 베란다로 옮겼다. 나는 개인적으로 열대 식물들을 좋아하는데 이 애들이 여름동안 폭풍 성장 할 것을 생각하니 기대되기도 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하네.
물을 주는 행위가 참 마음의 안식을 주는 것 같다. 어쩌면 홀로 올라온 서울에서 살아있는 것을 책임지고 그를 가꾸고 아끼는 행위는 삶을 참 풍족하게 해주는 것 같아.


또 거실의 조명도 바꿔끼웠다. 절대 기본 밝은 천정등은 쓰지 않는 감성병에 걸려버린지라 이번에 이케아에 가서 조명을 하나 더 사왔다.

(나름 방 열심히 꾸미고 산다. )




아무튼 7월도 재밌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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