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월간 도쓰 시월호

brotoo 2024. 10. 27. 14:15

의식하지 못한 새 시간은 흐르고 가을 찬 공기가 아직 준비되지않은 소매에 스쳐들어왔다. 시월의 새벽 공기는 평소보다 차고, 아직 이 날의 기온에 적응하지 못한 나의 육신은 선선한 가을바람에도 오한을 느꼈다.

’따듯한 감정이 없는 탓이겠지, 이 도시에 적응한 사람들에게는 말이야.‘

색을 잃어버린 채 회색으로 빛나는 테헤란로의 불빛과 그 아래 제 모양을 찾으려는듯 웃자란 잡초들은 상경한 청년에게 유난히 생경한 이 도시의 황량함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다만 내 이십대 마지막은, 그리 황량하지 않았으면 했기에 이번 달은 여유롭고 무던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려 결심했다. 그렇게 이 쌀쌀한 날씨에도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노란 햇살이 있고,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은 수줍은 따듯함이 있으며, 의식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결국 깨달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달의 기록을 찾아 볼때쯤이면 추웠던 날들보다 더 따듯했던 기억을 맞이할 수 있을테다.



이달의 글

오늘 무뎌져버린 커터칼의 한 칸을 잘라냈다.

  칼이 무뎌진지도 모르고 아주 오랫동안 써왔기에 끝이 뭉툭해지고 검은 얼룩도 덕지덕지 묻어 아주 볼품없는 형상이었다. 이제 칼을 잘라냈으니 얇은 종잇장 하나 자를 때 쓰던 손가락의 힘을 덜 써도 될 것이며 무던하게 서랍속 한 구석에 박혀 무언가를 잘라내야할 때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아마 군대에서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매일 쓰던 그런 물건들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컴퓨터 키보드에는 먼지가 쌓였고, 매일 가지고 다니던 수첩은 검은 얼룩들과 커핏물에 찌들어 본연의 흰 빛깔을 가지지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매일 가지고 다니던 그런 물건들이 지저분하다며 핀잔을 줬지만 그저 나에게 편한 그 손때묻고 지저분한 그런 것들이 나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주지 않냐며, 나는 이런 꼬질한 물건들이 좋다며 바보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한 작은 안일하고 평온한 그런 날들이 모이고 쌓여서 내 것이 된다고 믿었었다. 매일의 흔적과 내가 보는 이 물건들, 그리고 그 물건들에도 생각이 있다면 내가 가진 애착만큼 항상 함께하는 나에게도 그런 애착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나는 무뎌져 그 기능을 하지 못해 더 이상 그것이 아니게 될 때까지 나는 그것을 ‘칼’이라고 믿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리석게도 엊그제 조심조심 여러번 눌러쓰던 과제물을 반으로 쭈욱 찢어먹을 때 까지도 그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해 신경 쓸 필요 없이 당연스럽게 그어대던 내 서랍 안 소중하고 작은 도구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이런 변화에 나는 익숙하지 않다. 칼날 한 칸을 부러뜨리는 그러한 작은 변화에도 몇년이 걸리는 나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에는 오랜동안의 변화로 알려줘도 어느 순간 그 만의 역치에 도달할 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바보같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연애를 할 때나 친구관계를 가질 때도,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그저 그의 무뎌진 감정 한칸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 홀로 올라와 매일같이 만나왔지만 오는 전화와 카톡에 대충 피곤하다며 단답하던 나의 대답을 받던 내 친구들과 타지에 떨어져 살면서도 이따금씩 전화해 괜한 짜증을 섞어 투정부리는 다 큰 아들놈의 말에 눈치를 보는 우리 엄마에게 오는 그런 연락 알림 진동이 얼마나 아련하고 고마운 것인지에 대해 겨우 느끼는 나에게는, 그런 마음이 과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제 아침, 전날 밤 온 핸드폰 위의 작은 알림들을 그저 무심하게 손가락 몇번 움직이며 내려대던 나는 그 문자 하나 하나가 어떤 의미를 가졌었는지를 천천히 올려보며 겨우 추측해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러한 과분한 마음들을 뻔뻔스럽게 누리던 삶을 아랫 서랍에 넣어 문을 닫고, 책상 위에 매일 쓰는 그런 사소하며 소중한 것들을 꺼내 깨끗하게 닦아 정리하며 되뇐다.

그것이 얼마나 익숙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이 달의 플레이리스트


주윤하 - 밤의 동화

날이 추워질 때쯤 듣기 좋아하는 노래, 찬 공기가 주는 특유의 향을 거리에서 느낄 즈음 밤에 산책을 하며 코가 느끼는 냄새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멀리 와버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 달의 기록


- 무지개가 뜨던 날,


할머니 49제를 위해 광주로 내려온 날 무지개가 두개나 떴다. 광주에 내려오자마자 역 앞에서 사람들이 모두 다 하늘을 보고 있어서 의아해했는데 나도 그들 사이에서 30분가량이나 몇년만에 본 무지개를 보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었다.

사실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현실감이 없게 예쁜 무지개를 보며 매일같이 손주가 내려오면 그렇게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마지막 가시기 전에 밝게 반겨주신다고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 뉴욕스테이크가 그리워질때는 시금치를 잔뜩 사게 된다


오랜만에 홈파티 겸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피터루거에서 먹었던 크림 스피니치와 두꺼운 스테이크를 준비해보았다.

시금치도 잔뜩 사서 버터에 볶다가 루와 크림을 섞어서 졸이면.. 정말 환상적인 맛이 난다.

친구가 사온 위스키까지 같이 먹으니 이건 그냥 끝이었다ㅎ


- 포천에서 놀아요.


룸메친구와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다보니 경기 북부는 안가본 곳이 없다. 그 중에 포천을 마지막으로 가게 되었는데, 포천도 진짜 놀기 좋더라고요...

[카카오맵] 한가정통어죽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655 (소흘읍 직동리) https://kko.kakao.com/qfR0FmEpdN

한가정통어죽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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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이란걸 난 개인적으로 싫어했는데.. 뼈도 있고 추어탕 자체를 별로 안좋아하는지라 그런 류의 것이 싫었거든요.. 근데 여기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이 어죽이라는게 죽의 제형도 아니고 매운탕의 찐한 버전이어서 친구한테 어죽 싫다고 했다가 먹어보고 ‘어 이거 맛있네??’ 해서 혼났다..🥲

도리뱅뱅이
어죽

다음으로는 광릉수목원 (국립수목원) 에 가보려했는데 주차가 너무 어렵더라.. 하루에 300대 한정이라서 그냥 옆에 있는 절인 봉선사에 잠깐 들렀다.
[카카오맵] 국립수목원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소흘읍 직동리) https://kko.kakao.com/o9BADnVJKP

국립수목원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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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 봉선사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길 32 (진접읍 부평리) https://kko.kakao.com/FMG2SI8dCt

봉선사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길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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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분위기를 은근 좋아하는데 기와불사는 또 처음해본다.

불심으로! 대동단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으로는 포천에서 유명하다는 아트밸리에 갔다왔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서 보면 폐채석장이라는 곳 치고는 정말 예쁜 풍경을 볼 수 있다.

포천가면 한번 가볼만 한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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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신북면 기지리) https://kko.kakao.com/fIVNLtGvO2

포천아트밸리

경기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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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동갈비까지 먹으며 마무리!
와 여기 가성비 너무 좋다 포천 오면 다시 갈거야...
소갈비인데 둘이 왕창먹고 5만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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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859 1,2층 (소흘읍 이곡리) https://kko.kakao.com/884Cjq-UYd

태우가든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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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인테리어 바꾸기


날이 좀 추워져서 식물을 다 안으로 들였다. 아무래도 그간 식물을 좀 더 샀더니 거실이 아주 꽉꽉 찬다..

그와중에 이번에 테무에서 온 캘시퍼 귀엽다.

- 다시 운동


요즘 운동을 열심히 안해서인지 술은 늘고 살은 찌고있어서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이젠 다시 열심히 살아봐야지...!


- 밴드를 다시 하고싶어졌어...!


친구녀석들의 밴드 공연을 보고 왔다. 대학때 락밴드에 미쳐살던 나의 어릴적과 달리 아직도 열심히 밴드를 하는 친구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다시금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X의 커버밴드가 된 친구들 공연을 현생의 이슈로 한동안 못보는게 아쉽지만.. The last live 이후 다시 모인 X와 같이 미래를 기약하며 기다려봐야지.
https://youtu.be/MSj1pTxv_6k


- 회사 워크샵


해년마다 하는 워크샵. 예전에는 그리 가기 싫었는데 음근 멀리 나오는것도 나쁘지않고 특히 이번엔 금토가 아닌 목금으로 가서 너무 재밌게?갔다왔다

[카카오맵] 포시즌펜션 겨울
경기 안산시 단원구 부흥로 287-26 (대부남동) https://kko.kakao.com/Siu4OsARj4

포시즌펜션

경기 안산시 단원구 부흥로 28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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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좋았당

족구도 농구도 하고

흔들의자에 선배님들이랑 같이 앉아서 놀고..
바베큐도 해묵고
고냥이도 놀러오고

- 도망친 곳에도 낙원은 있다.


뜨거운 한낮의 기온이 기억에서 가물해질 즈음 바다가 너무 보고싶어졌다. 올해 여름이 더웠던 탓이었는지 찾아온 번아웃은 다 타버리고 남은 육신과 정신을 대변하는 가장 완벽한 단어였고, J라는 미명하에 시스템 속 계획표에 몸을 맞추고 기어의 날을 세우고 있던 자신를 인식했을 때 멍한 머릿속을 채우는 충동으로 동해 끝 바다를 향하는 기차표를 끊고 있었다.

그렇게 일상에서 도망친 곳에는 부서지는 파도가 있었고, 베이지 색 모래가 있었고, 넓은 바다를 앞에 마주한 채 그저 한없이 모래사장에 앉아 해와 별의 모양을 탐구했다.

게을러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 불멍을 해도, 바닷가에 홀로 앉아 눈을 감고 시간의 제약없이 흐르는 시간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그저 잠시 계획의 제약에서 벗어나 그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행복한 여유가 그리워질 때쯤 이 바다와 불멍이 또 그리워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파티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시끄럽고 싫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안갔는데, 조용하고 느긋하게 불멍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카카오맵] 노마드인 강릉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송정길33번길 25-16 (송정동) https://kko.kakao.com/orZVKu3y1J

노마드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송정길33번길 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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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혼자 생각을 하고 싶어서 불멍을 신청했는데 너무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말을 너무 잘 걸어주셔서 처음뵌 분들과 사는 이야기도 잔잔하게 하고, 위스키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밤 바다의 대화는 답답한 마음속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게하 앞 논에 닭 가족도 있었다
해먹에 누워 베짱이처럼 뒹굴거리기도 했다

[카카오맵] 노아회식당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경강로 2617 (견소동) https://kko.kakao.com/INB3_cS5RJ

노아회식당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경강로 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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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다보니 회 먹기가 곤란해서 찾은 물회 맛집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았던게, 고등학생 때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 일주일에 두번 게스트로 나오시던 소란 고영배님 공연이 있어서 너무 신이 났다!!

심지어 첫 곡인 리코타치즈샐러드로 공연도 했었는데 일단 실력도 실력이고.. 갑작스런 행운에 갑작스레 온 강릉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게하에 있는 멈무들이 놀아주니까 자꾸 나만 보면 꼬리 흔들면서 와서 러닝을 뛰러 갈 수가 없었다

귀여워☺️☺️

아침마다 일어나서 러닝도 뛰었는데 바닷가 송림에서 바다를 보며 뛰는 건 정말 너무 큰 힐링이었다

청설모랑 같이 뛰었다🐿️🐿️

마지막으로 집에 오면서 룸메 친구네 본가에 들르는 김에 선물 겸? 순두부도 엄청 많이 사갔다


룸메친구 집 옆 인천항... 하루만에 동해에서 서해로 이동했다


다음번 강릉에 갈 때는 한번도 안먹었던 장칼국수부터 먹으러 가야겠다☺️

- 또 출장 간다


유럽법인 구축건 때문에 미국에서 온 지 한달만에 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룹장님의 배려 덕에 아직 쓰지 못한 여름휴가도 유럽에서 보내고 오게 되어 크리스마스는 파리에서 보내고 오기로 하였다.


이번달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제 두달 남은 내 20대도 행복하게 잘 보내야지.

내 20대, 그리고 새로올 서른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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