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쓰 '25년 1월호
이 달의 글
무력한 마음에 시곗 바늘을 잘근잘근 씹어먹던 때가 있었다.

무기력한 밤, 술에 취한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어둠은 짙어져 간간히 저 멀리 이름모를 차 엔진 소리만 크게 들리고 평소 들리지 않던 초침 소리가 거슬리도록 크게 들리었다. 스물 여섯, 어두운 기숙사 방 안 룸메이트가 혹여나 깨진 않을까 뒤척임에도 조심스럽던 그 밤은 유독 어두웠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마음이 힘든 시기였던 탓에 밤을 홀로 헤엄쳐가며 어딘지 모를 바다로 깊게 침전해갔고 모든 것을 결국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그 때, 다시 본 시곗 바늘은 약 5초가 지나있었다. 이질감이 있었다. 분명 젊은 청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나이였으나, 삶의 무게는 안그래도 작은 키를 가진 나를 짓눌렀고, 결국 그 중력에 이기지 못한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맞춰 느리게 흘렀다.
다만 가지 않는 시곗 바늘을 음미해보니 독특하게도 철이 들게 되더라. 깊게 침전하기만 했던 시간은 결국 남들이 평가하기로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고 가지 않는 시간 속 젊은 날의 슬픔은 누군가의 감정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긴 시간을 겪으며 느낀 그 쓴 시곗 바늘의 맛은 결국 어린 청년이 자신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가지 않던 시계가 점차 빨리 가기 시작하더니 벌써 서른, 이제는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붙잡아두려 애쓰고 있지만 그만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시간이었을테다. 또 올해 1월은 그러한 만큼 행복한 첫 시작임에 분명하니 이 빠르게 가는 달디단 막대 사탕같은 시간 또한 최대한 오랫동안 입에 머금으며 평생 간직해보려한다.
이 행복감이 그저 영원하길 바라본다. 2월 중순, 1월이 다 간 줄도 모른 채 느즈막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처럼.
이 달의 플레이리스트
개인적으로 작곡가 정재형님의 팬이라 이 분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집 인테리어 취향도 매우 닮고 싶어하기에 이 분의 노래를 들으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일요일 오후, 해가 들어오는 거실에서 음미하며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다. 특히 정재형 님을 음악가가 아닌 그저 예능인처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좋은 반전 플레이리스트가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r_wxcqrxLY?si=JhMeZcfrLfUy49K-
일반적인 대중가요가 아닌 피아노 곡을 추천한 김에 내가 좋아하는 유재하 님의 minuet (유재하님 한양대 음대 시절 과제곡.) 도 남겨두니 시간이 되신다면 들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https://youtu.be/zyVtUkWaZ9k?si=1eQLDWqzjHapyCOn
이 달의 기록
#1. 어느덧, 어른
어느덧 내 업무에 익숙해졌고, 회사에서도 점점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올해 초 정신없이 업무를 보다보니 벌써 4년차가 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젠 대기업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은 무뎌진지 오래라 사원증을 목에 걸기보단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어두고 있지만, 안정감과 나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곳인 것 같아 돌아보면 더욱 감사한 3년이었던 것 같다.
아마 평생을 현대맨으로 살지는 않을테지만 사회초년생으로서 첫걸음을 이 회사와 함께한것을 평생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2. ☺️차야 뭐 굴러가기만 하면 되죠?
팀 선배님이 차를 사시는 김에 일전부터 타시던 차를 싸게 판다고 하셔서 중고로 싸게 차를 인수했다. 비록 10년이나 된 400만원짜리 구형차이지만 주말에만 타는 비싼 장난감이기도 하고 감가상각이 큰 차에 큰 돈을 쓰는것은 아무래도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첫 차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좋은 차를 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기인한 나름의 사치심은 충족하지 못하였으나, 몇년 간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추억을 쌓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일터이니 많은 추억을 쌓게 해줄만한 기대감은 충분히 충족한듯 하다.
안전운전하면서, 좋은 습관과 경험도 쌓으면서 잘 타봐야지.

#3. Days of joy
이 달엔 유독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러 다녔다.
술도 많이 먹었고,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밥도 잘 먹고 다녔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차이지만 첫차가 생긴게 더욱이 이동거리를 늘려주다보니 멀리멀리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달까?
서울 근교로 놀러간 첫 날, 남양주에 있는 근교 맛집을 가기로 하였다. 뭐, 어릴적부터 민물매운탕이라는 카테고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애기때부터 엄빠 졸라서 이런 곳 다님) 매우 열심히 달려가서 먹었다.

[카카오맵] 해남댁나루터집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576 (화도읍 금남리) https://kko.kakao.com/geSJlAGvlF
해남댁나루터집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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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있게 쏘가리를 파는 곳이지만, 이번엔 메기매운탕을 먹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곳은 강변에 있으니 무언가 옆에 있는 북한강에서 잡아오는게 맞겠지...?

반찬들도 너무 맛있었는데.. 메인 메뉴가 다소 오래걸렸던지라 배가고파서 샐러드 먹듯 우걱우걱 먹었던 탓도 있었을테다.

소 자도 양이 이만큼이어서 둘이 먹기에 다소 양이 많았다. 그래도.. 이 민물매운탕 맛 하나만큼은 최고더라. 나중에 또 가야지.ㅎ
그리고 매운탕 집 주변에 카페거리가 있는지라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잔 하기로 했다.
[카카오맵] 금남리커피 잇컾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1503번길 27 1층 (화도읍 금남리) https://kko.kakao.com/u9wL5gAabp
금남리커피 잇컾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1503번길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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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살짝 어둑한게 나름의 차분함이 있어서 좋았다. 논뷰라 무언가 강이 보이는 동네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던지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만의 조용함과 차분함이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커피도 맛있었지만 케이크가 진짜 엄청났다

오랜만에 맛있는 카페 케이크 먹은 느낌..? 기억에 남는 케이크였다

나무로 때는 난로도 있어서 감성 있었다. (약간 코가 간지럽기는 했는데..ㅋㅋ 그정도는 감성으로 감수할 수 있따)

다음으로는 다산현대아울렛에 잠시 들렀다. 너무 추워서 밖에 돌아다니기는 무리고..ㅎ 아이쇼핑이라도 할 겸 대형 쇼핑몰로 갔다
[카카오맵]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경기 남양주시 다산순환로 50 (다산동) https://kko.kakao.com/XwU9Os3TZT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경기 남양주시 다산순환로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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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뉴욕에서 자주 먹은 조앤더주스!
그리고 다현아에는 와인샵이 매우 크게 있는데 요즘 들어 현대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콜키지프리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아무래도 거기서 보는 소믈리에 분들의 와인 리스트도 좀 엿보고 싶어서 방문해보았다.
https://youtube.com/@corkagefree8020?si=VrFACvKH8_tn29Ts
콜키지프리 CorkageFree
현대인의 와인 라이프, 콜키지프리 현대인의 와인 라이프가 궁금하다면-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콘텐츠 문의 : corkagefree@thehyundai.com
www.youtube.com



갔다가 트레이더스에 들러서 조각피자도 사고.

스테이크도 구워먹는것으로 이 일정을 마무리했었다


아까 사온 와인은 가성피 피노누아를 먹으려고 사왔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섬세함과 바디없이 탄닌감만 세고 썼다.. 피노면 다 좋은건 아니었구나 싶더라.
#4. 까치까치 설날
설 마다 집에 내려가는 길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퇴근길처럼 나름의 포근함이 느껴지곤 한다. 이런 기분은 비단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향수에 젖은 말 뿐이 아닌 매일처럼 지하철과 연결된 고속열차를 타고 광주지하철1호선을 타고 내리면 타향살이 하는 아들래미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맛이 있어서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 집에 가면 맛있는걸 잔뜩 먹게된다.
집 가서 피자도 만들어먹고


시골 코스트코, 하나로마트에서 엄마랑 같이 장 보면서 몇번이고 마주치는 엄마의 지인들과 인사하면거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작은 커뮤니티의 정넘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로컬 사투리가 여기까지...

잔뜩 장을 봐오고 요리 열심히 해서 대접하는 맛이 있었다.

특히 파스타 마스터?이기에 참송이버섯으로 만든 버섯알리오올리오는 100%한식파인 엄마아빠의 평가가 매우 좋았다 ㅎㅎ

아들래미 내려온 기념으로 회도 한번 쏘고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 달려가 평소처럼 까바 하나 까면서 회를 먹었다.

다음날 아빠가 무슨 아침 7시부터 깨워서 운동을 가자고 해서 시골 헬스장 체험을 했다. 캘리포니아 짐이라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름 미국 짐처럼 천장고도 높고 느낌이 뭔가 테네시 시골에 있을법한? 헬스장 같아서 운동할 맛이 났다

오래된 느낌 좋은 원판.

다음으로는 엄마가 카페에 가자고 끌고 나와서 베이커리 카페에 왔다. 나름 광주 근교의 시골인지라 괜찮은 베이커리 카페가 많다.

빵도 나름 괜찮았지만, 엄마나 나나 프랑스에 갔다온지 얼마 안된지라.. 아 뭔가 2% 아쉽다며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빵은 다 먹었다고 한다^

#5. Conclusion
선배님들이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시간이 너무도 빨리 가기만 한다며 아쉬워하시는 걸 항상 들어왔는데, 나또한 시곗바늘을 쫒아가기에 급급한 서른 살의 1월을 겪어보니 너무도 아쉬운 마음만 드는 한 달이었다. 다만, 시간이 빨리간다는 것은 그만큼 돌이켜볼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의 행복한 시간을 겪었다는 반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 기록이 시간이 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시작한 것이지만.. 나의 서른이, 또 인생이 돌이켜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가기만 해서 아쉬웠던 시간이기를 바라며 이 달의 기록을 마무리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