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쓰 11월 호
12월 첫 눈의 벅참은 아니더라도.
때 아닌 눈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첫 눈이라는 지극히 낭만적인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폭설로 인해 별 일을 다 겪은지라, 어릴 적 첫 눈이 오면 느끼던 행복감과 벅참보다는 걱정과 한탄이라는 지극히 염세적인 표현으로 낭만을 썼다.
내년이면 앞자리가 바뀐다는 걱정때문인지 아직 청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임에도 괜한 무게감을 느껴온 것 같다. 다만 그 덕에 타성에 젖은 연속성 보다는 가치 있는 변화를 지향하며 올 가을과 빨리 온 겨울을 아주 이상적으로 보낸 것 같다.
12월은 장기 출장과 늦은 여름휴가 일정으로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기에 이번 달은 이른 송년회와 한 해 마무리를 다 하고 왔다. 그래서인지 내린 때 아닌 폭설은 미리 보여준 올 해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하기로 하였다. 따뜻한 가을 날씨를 가진 도시로 가는 지금, 20대의 마지막을 아쉬워 하지 않고 새로운 계절에 적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20대의 마지막 11월을 기록해보려한다.

이 달의 글
엄마, 갔다 와서 정리하려했는데...
사춘기를 겪던 고등학생 시절,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항상 방이 정리되어있었다. 12시가 넘어서 들어오고 아침 7시면 나가는 열일곱 아들 녀석이 안쓰러웠는지, 나보다 바빴던 엄마는 늦은 밤까지 소파에서 졸면서 항상 아들 녀석을 기다려줬고, 아무렇게나 옷이 널부러진 방도 깨끗하게 치워줬다.
아침부터 입고갈 옷이 안보인다며 짜증을 내도, 애써 정리한 방을 보고 ‘왜 가만두지 굳이 방을 치웠어! 안보이잖아!’ 하며 짜증을 내도, 밥 한술이라도 먹고가라고 입에다 김에 싼 밥을 억지로 입에 우겨넣고야 말던 엄마의 모습은 그 당시에는 괜히 투정을 부리고 싶은 대상이었었나보다.
이젠 집을 어지르고 살 나이가 한참 지났기에 집은 항상 깨끗하지만,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보이는 텅 빈 소파와 오늘 아침 출근하며 급히 벗어둔 옷들이 널부러진 침대를 치우다보면 갑작스레 허전함이 느껴지곤 한다. 어느덧 서울에 올라온 지 10년, 사회의 일원이 된 어엿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라 그런가보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시골에서 온 청년의 눈에 보이는 크고 화려한 서울이란 도시를 참 좋아하지만, 한번씩 왜인지 모를 투정과 위로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아마 타향 살이를 하며 느끼는 소중한 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가보다. 또 그 소중한 것을 위해 열심히 살아보려 하는 것 같다. 또한 얼른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생각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난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나도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듬직한 존재가 되겠지만, 그래도, 또 그럼에도 언제까지나 방 치우는게 아직 서툰 덤벙대는 아들래미로 남고 싶다.
이 달의 플레이리스트
이 달은 아우토반에서 들었던 유다빈 밴드의 좋지아니한가가 최고였던 것 같다. 그런 김에.. 내가 좋아하는 조매력님과 함께 방송하시면서 재즈 공연을 하셨는데 이게 정말 너무 좋았어서 추천해본다!
https://youtu.be/8-UFv3Xfaoo?si=IPL7W7T8-xsym2ss
이 달의 문화생활
이강소 : 풍래수면시
개인적으로 생각의 틀을 깨부수는 현대미술을 좋아하기에 AG(Avant garde Group) 작가 분들의 작품이 예전부터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특히 올해 초 뉴욕 구겐하임에서 봤던 한국 실험 미술전에서 한국의 AG분들의
작품들이 너무 신선한 모습으로 미국에 보여지는 것에 나름의 국뽕?과 신선함을 느꼈다.
그 중에서 이강소 작가님 작품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이번엔 아예 개인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소개되었다고 해서 당장 달려가서 보고 왔다



MMCA에 들어가서 바로 이강소 작가님 전시를 보러 갔다.




오리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추상적인 그림에 오리 한마리, 두마리가 들어가 있는게 관람자로 하여금 어떤 느낌을 느끼게 할지 궁금하다.

이 작품은 그냥 점토를 던지는 식으로 작업한 것이다. 특정한 조각의 역할로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나타내기 위한 매개체로서 존재하는 작품이 아닌 던져서 중력에 의해 나오는 형태를 나타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결국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중력이든 삶의 무게든 어떤 것인지 모를 힘에 의해 점토는 던져지고 뭉개질 뿐이다.


이와 같이 이강소 작가님은 회화 작품도 많이 작업하셨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정의와 가장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휘발성이 높은 감정을 잡아두는 매개체로서 작품은 존재한다.’
즉, 1초면 변형되는 감정을 흰 캔버스 위에 붓터치로 나타내고, 그 이성이 빠진 감성을 혼신의 힘을 다해 추상적으로 나타낸 것이 예술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강소 작가님 작품의 철학도 이러하다.
‘파도로 보이면 파도고, 강으로 보이면 강이고, 섬으로 보이면 섬이다. 작가는 의도하고 그리지 않았으나 당신이 그리 느꼈다면 작품은 그러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파도도, 강도, 섬도 아니다. 그저 폭발할 수 있고, 짓눌릴 수도 있다. 결국 휘발성 있는 감정을 정의하는 것은 타인의 눈에서 보는 이성적인 감정의 분류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강소 작가님의 초기 판화 작품까지 보고 발걸음을 뗐다.

이 달의 기록
YJ's birthday🎉🎉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인 YJ가 생일이라 생일파티를 했다.

서울클럽 델리에서 와인을 사오면 콜키지 비용이 별도로 나오지 않아서 까바 하나랑 크림슨 렌치 나파밸리 와인 하나를 사갔다. 나파밸리 와인 중에 은근 괜찮아서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친구 아버지께서도 큰 행사에서 자주 마셨던 와인이라고 하셔서 나중에 모임이 있으면 또 사서 가보려 한다.
특히 이 모임이 감회가 남달랐던게, 이 친구가 워낙 철저하고 이런 모임을 잘 만드는 친구라 생일 파티때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어서 바뀌어가는 변천사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 이 친구 집이 서울클럽 회원이라 감사하게도 좋은
곳에 자주 방문하고 있는데 이번 파티를 하면서 만난 친구들과도 열심히 해서 성공해서, 회원권 꼭 사서 같이 놀자는 다짐도 해보았다.


룸메 친구가 집을 나가버렸다.🥲
나름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한 1년 넘게 살더니 결국 해외로 나가버렸다. (원래 한 3-4개월 생각했는데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가버린거임..ㅎ) 1년간 다툼없이 즐겁게 지냈던지라 친한 친구는 역시 성향이 비슷한 듯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예상보다 오래 지냈지만 그래도 나간다니 참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랑 술먹다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남자 둘이다보니 사진도 잘 안찍은지라, 블로그에 안올렸던 것들 찾아서 기록이라도 잠깐 해보려 한다.



운동하자고 산책하자 했다가 서울을 벗어나버렸던 날.


파주 통일 전망대가고 이케아 가고, 배타는 재혁이가 서울 온 김에 놀러갔던 날.

박하사탕 300번 보고


건영 스파밸리에서 호전작용이 있다는? 호전방 가서 기절하고


웬 요상한 식당가서 1시간 반 맥주 무한리필이라고 10잔 넘게 마시고 겁나 취해서 기절한 날

서형 불러서 논 날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철판집 가서 먹고, 술 왕창 먹은 날





건강검진이라 퇴근하고 미술관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같은 그룹사 건설사 ㅋㅋ

짐싸서 나가는 날 다행이도 재택이라 점심에 짐 옮겨주고 배웅도 해주고.

사진 못찍게 한다고 비벼버렸다;

친구 출국 전 날 친구 본가인 인천가서 밥 먹고


이제 간다며 친한 세명이서 연차쓰고 배웅하러 간 날

몇 달뒤면 또 금방 온다해도 좀 아숩단 말이지~ (이제 이 친구는 칠레로 가있답니다..)

YJ랑 루케랑 논 날
YJ가 한국에 교환학생 와있는 미국인 친구가 CS전공하고 클라우드 관련하여 나이키 인턴하는데 한국에 있는 클라우드 엔지니어가 있다니 보고 싶다해서 소개해줬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온 분과 내 본업인 클라우드 관련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귀해서 바로 좋다고 했다.
그냥 한국의 기업 문화와 미국 문화, 그리고 미국의 이직 체계, 직무 관련된 이야기, 기술 관련해서 이야기했는데 아직 나도 일을 좋아해서인지 재미있게 이야기 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을지로 브이에서 오랜 친구인 솔명이를 우연히 만나서 특히 더 신났었다

마지막으로..... 룸메친구랑 1시간 반 무제한 맥주 먹었던 내가 지금까지 가 본 술집 중 가장 요상한 가게였던 호랑이 소굴이 사라졌더라 ㅜㅜ 아저씨 우짠디야...ㅠ
첫 눈 아니...... 하늘에서 내린 쓰레기.....
출국 전 좋은 기회로 좋은 말씀을 듣기 위해 다시 왔는데, 여기서 첫 눈을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YJ와 같이 봤지.

근데 이리 좋아했었는데........

내일 이럴 줄 몰랐지....
출국 시간이 11시 반이라 넉넉하게 6시에 나와서 버스를 탔는데,.. 눈이 오고 도로에 차가 미끄러져서 엄청나게 막힌다고 한다....🤷🏻♂️🤷🏻♂️🤷🏻♂️
분 단위로 티맵을 보면서 언제 도착하나 봤지만 결국 1시간이 남은 시점인 10시 반에 공항에 도착했다... 정말 열심히 뛰어가서 체크인 하려고 보니 1시간이 지연되었단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남았으니 감기약도 먹을 겸 라운지에 가서 급하게 밥도 먹었는데.. 면세품도 찾았는데.....

그렇다. 비행기 계속 지연되더니 한... 4시간 지연되고 탔는데... 결과는 결항. 처음 겪어보는 결항이었다.

그룹장님과 우리 업체분들과 나는 그렇게 비행기에 갇혔다.... 바쁜 출장길에 겪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눈은 쌓이고 나는 못내리고.. 결국 6시간이 지난 밤 8시에나 비행기에서 내렸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특히 통제 인원이 너무 적어서 사람들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사태 파악이 빠르셨던 그룹장님께서 이런 대규모 사태면 영종도 호텔 다 동날거라고 호텔 잡으라고 하셔서 영종도에서 호텔을 잡았다는 것.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공항 노숙을 했어야했을 것이었다...

면세품도 다 다시 반납하고.. 역사열해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자고 다시 새벽에 공항에 왔다

진짜 성질났던게 우리 비행기는 또 누락이 되었어요...... 아침에 왔는데 게이트도 안나오고 전광판에도 안나와요.... 컨디션도 안좋은데 5시에 일어나서 또 누락이라니..

그렇게 비행기는 11시가 되어도 오지 않았다.
감기에 걸려서 겔겔거리고 있었기에 보다 못한 그룹장님이 사비로 마티나 골드 라운지를 사주셨다. 밥 든든하게 먹고 나니 그나마 버틸만 했고, 덕분에 좀 몸이 괜찮아진 상태로 비행기에 탔다.



이 비행기는 또 디아이싱을 한다고 1시간 더 가서 6시간 반 지연되었다.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좀 안타까웠던게 승무원분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욕만 엄청 먹고.. 같은 직장인으로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냥 사람이 드러눕고 난리를 치고 있는걸 봐도... 뭐라 안하고 웃으며 넘기기로 했다.
대한항공 정말.... 쉽지않더라....

결국 프랑크푸르트 도착

이 짐들도 정말..... 역사열 하면서 실수로 게이트백 맡긴 면세품 대한항공서 실수로 다 빼버려서 내가 면세점이랑 항공사랑 왔다갔다 엄청하면서 결국 배기지 클레임에 맡겨서 다시 부치는 식으로 가져왔다. 진짜 업무를 하시는 직원분들은 안타깝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대한항공 시스템은 정말 대환장이었다.
국적기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도 출근!
결국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유럽 법인에 잘 출근했다. 차도 받고,

밥이 맛있는 바젠하우스에도 도착했다. 이 bad soden이라는 동네가 부촌이라 정말 깔끔하고 좋았다.



특히 독일인 만큼 매일 주는 맥주가 있다!

숙소 뷰.

결국 법인에 잘 출근했고,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줄 모르게 일만 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아주 너무 바빠서 일-밥-기절 의 무한반복 중이라 독일 한달살이는 12월호에 몰아서 작상해보려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12월 1주차에도(지금 베를린 갔다가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쓰고 있다.)

정말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한층 더 여유로운 독일에서 생각도 많이 하고, 일도 잘 한다고 인정받고, 많은 압박감 덕에 기술적으로도 많이 성장하고 있다.
다들 12월 완전 화이팅이고, 12월 호에 쓸 도쓰의 유럽생활도 기대해주세요~
P.S 오늘 느낀 베를린에서 느낀 홀로코스트(그들에겐 법정금기어이지만) 의 무게감과 충격을 다시금 느끼고, 나이가 차고 더 성숙해진 이후에 읽고 싶어 여러 번 접어두었던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어보려 한다. 이제 베를린을 갔다오니 충분히 읽을만한 준비가 된 것 같다. 남은 기차시간동안 그를 대면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