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월간 도쓰 8월호

brotoo 2024. 9. 9. 07:47

‘폭염 경고’


매년 여름마다 어김없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 같다.

어릴 적 지구가 아프다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논하던 뉴스 때문인지 미래에 올 것이라던 아열대 기후가 오는 듯 올해는 스콜과 같은 소나기를 자주 만나고, 밖에만 나가면 숨이 잘 안 쉬어질 만큼 습하고 덥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던 답답한 마음은 습한 여름 날씨가 걷히고 차츰 가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던 것인지, 출장으로 가게 된 라스베이거스 사막의 건조함때문인지 꽤나 적응을 한 것 같다.

올해 뜨거웠던 여름의 중심에서 마주친 슬픔과 고민, 고통과 행복, 기쁨과 벅참은 오랜 뒤 올해 여름이 기록적으로 뜨거웠던 만큼 기억할 것이다. 다음 여름 더 뜨겁고, 행복하고 아플 젊음임을 기대하며 올해 8월호도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달의 글

여우난 곬족



다 쓰러져가는 흙벽으로 된 집, 슬레이트가 덧대진 기와와 메주냄새, 장 냄새, 나프탈렌 냄새가 섞인 쿰쿰한 냄새,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발이 델 듯 뜨거운 아랫목을 피해 다니며 살얼음 진 홍시와 식혜를 먹으며 창호지 사이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마시던 곳, 서울에서 산 지 10년 차, 혹자가 말하는 서울깍쟁이가 되어버린 요즘 그런 환경을 새로이 만난다면 거부감부터 올 듯하지만 조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가면 어릴 적 뭔가 모를 편안함이 있었다.  

흙벽이 머금은 냄새는 고소한 고구마 냄새, 저녁 짓는 냄새와 섞여 편안하게 느껴졌고, 손주가 가장 좋아하는 살얼음 진 식혜는 할머니의 사랑 속에 이따금의 귀찮음이 담긴 조금 덜 불려진 맥아 맛과 조금 덜 걸려 탁한 색을 가졌다. 그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찬 살얼음 낀 식혜물로 찬 겨울 너무 뜨거운 아랫목에서 잠시 짧은 여름을 느꼈었다. 이런 따뜻한 기분은 비단 음식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린 내가 올려다보던 오래되어 빛바랜 갈색 나무 마루와 초록 철 대문집을 지나면 발걸음 소리만 듣고 보라색 슬리퍼를 신고 박수를 치며 내 새끼, 우리 강아지가 왔다고 안아주시던 따뜻한 할머니의 품을 기억하기 때문일 테다.

비록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검은 옷과 흰모시 천을 팔에 끼울 적까지의 두 달이라는 기간이 있었음에도 누구도 완벽한 이별 준비를 하지는 못했다.

다만 90년이 넘는 일생동안 당신 또한 숱한 이별에 익숙해지며 오랜 시간 동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을 준비해 오셨음을 잘 알고 있으니 한 없이 슬퍼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기에 짜증한 번 낸 기억도 없었고, 못 해 드린 게 한이 되지도 않았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에 나와 조그만 걸음마를 떼던 시절부터 한참 커져버린 사회인이 되어 친구 분들과 맛있는 것 사드시라며 용돈을 드리던 모습까지 모든 게 예쁘고 자랑스러운 누군가의 강아지였던 시간과의 안녕을 빌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이별의 끝에는 어린아이가 길에 넘어져서 우는 것과 같이 이유를 찾을 수 없이 그저 서럽게 눈물만 나왔나 보다.

다만 이별은 슬픔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존재로 인해 귀한 존재를 하게 된 자식들과 손주들 사이에서 마지막 안녕을 빌었고,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그리울 모습으로 남겨드리기로 하였다.

그날 서울로 올라오던 차 안에서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항상 할머니 집을 떠나갈 때면 창문 뒤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할머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음속 한 곳에 항상 그리운 따듯함으로 남아있을 우리 할머니에게 마지막 안녕을 보내드렸다.

이 달의 기록

부찌로드



룸메이트 친구와 주말마다 근교로 드라이브를 다닌다. 무슨 유튜버도 아닌데 매주 부대찌개를 먹으러 서울 근교를 쏘다닌다. 동두천, 의정부, 송탄 아주 열심히 돌아다닌다. 심지어 집에서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의정부는 몇 군데나 다녔는지 모르겠다.

부대찌개를 왜 좋아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레트로 라는 미명하에 50년대 감성까지 와버렸는지, 어릴 적부터 건강하지 않다며 프레스햄을 절대 먹지 못하게 했던 우리 엄마 탓인지 햄과 소시지, 민찌가 말 그대로 왕창 들어간 부대찌개를 그렇게 좋아한다.

미군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나는 그 유명한 Kunsan AB 정문 앞 초소에서 몇천 번이고 바라본 부대찌개 집을 지나면서도 제대로 한 번 먹어본 적 없었다. 사실 미군 음식이 신기하긴 했지만 Dfac에서 온 에그 샌드위치는 퍽퍽하고 맛없었고, 그 연유가 왕창 뿌려진 rice crispies와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단 milkyway는 치가 떨릴 정도로 싫었다.

그저 옛 미국음식들이 한국 음식이 되어가며 그리 맛이 있는 것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사실 다소 많은 곳을 다녔던지라... 지역 별로 하나씩만 추천한다.

- 의정부
경원부대찌개
의정부 로컬 맛집으로 유명하고, 부대찌개 거리에서는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 있다. 개인적으로 부대찌개의 맛보다는 김치찌개에 가까운 깔끔함이 있는데, 이 맛이 결국 이 집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되는 듯하다.


- 동두천
유정부대찌개
동두천 부대찌개의 압도적 1위 bosan 기지 앞의 단독 건물로 있는 곳인데, 부대찌개 중에서는 이곳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부대찌개의 정석과도 같은 맛. 깔끔한 멸치 육수가 포함되어 있음.


- 송탄
김네집
포장을 해서 오는 것이 좋다. 일단 5 테이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식당인지라 맛집임을 감안하더라도 웨이팅이 너무 길고, 최소 주문 수량인 2인분 어치가 일반 집의 한... 2배는 되는 것 같다. 사골육수 베이스.
(포장이라 비주얼이 별로라 사진은 따로 안 찍었다.)


오히려 송탄 루트는 오산 베이스 앞의 미스진 햄버거 먹고 김네집 포장이 최고일지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이번에 브로드컴 초청으로 VMware Explore 2024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입사 초기부터 선배님들의 무용담처럼 들려오던 해외 출장 기회를 드디어 얻게 되어 갔다 오게 되었다.

첫날부터 바로 호텔 앞에 있는 그 유명한 스피어에 들러 땀 뻘뻘 흘리는 노랑이도 보고..

바로 등록하고 가방까지 겟.

가방이 되게 안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인도 아조시들 되게 좋아하더라 SO Jealous (나중에 인도 출장 가면 갖고 가야 하나..)

야식으로 먼저 서부 출장 갔다 오신 그룹장님이 만날 자랑하시던? 인 앤 아웃도 야식으로 사주셨다

3일 내내 세션도 엄청 들었는데.. 사실 너무 본업인 클라우드 기술 관련 내용이라 ㅎ 잡설을 쓰는 블로그에 메인세션 외로는 뭔가 올리기도 애매하긴 하다. (기술 내용은 링크드인에 올릴 예정😊)

나스닥 시총 10위 기업 CEO Hock Tan.. 전문경영인인데 연봉이 2조 6천억이라고 한다.


- 간단하게, 키노트 내용은 이번 개편으로 VCF제품군 전체를 묶어서 private cloud 플랫폼화 시킨다고 한다



재미없는 본업 관련 내용은 여기까지 하고. 밤에 베가스 호텔들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마카오랑 다르게 정말 복잡한 느낌이 있었다

호텔 들어가면 무해하게? 카지노가 잔뜩 들어차있고, 편의점에 가도 게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호텔 룸 가격은 아주 좋은 방임에도 3-15만원 선이다. 심지어 개중에는 1만원대도 있었다ㅎ

- 뉴욕 컨셉 뉴욕뉴욕 호텔 (트럼프가 만들었다고 한다)

- 파리지앵 호텔

- 벨라지오 호텔 (물쇼가 완전 대단했다)

- 벨라지오 호텔 보태니컬 가든


4박 7일이라는 엄청난 일정에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돌아왔는데 정말 출장이라도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또 기술적으로 매우 큰 성장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또 신입사원 오면 시킬만한 주제도 세부 세션을 진행하면서 생각해볼만한 게 생기기도 했다.(실제 우리 서비스 측면에서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이고..)

비록 비행기 타면서 코피 잔뜩흘려서 계속 화장실 왔다갔다 한 살인적인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알차고 재밌는 출장이었다

출장 끝!


계곡 백숙을 먹을만한 나이가 되었나보다



아저씨의 상징인 한방 능이백숙을 드디어 계곡에서 먹어봤는데, 발 담그고 먹는 이 맛에 정말 너무 행복해서 기절할 뻔 했다.

아무래도 비싼 값이기도 했지만 뭔가 힘든 한 달을 지나온 뒤 보양식?으로는 제격이었던 것 같다 ㅎ

뭔가 힘이 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반드시 바가지를 잔뜩 쓴 기분탓이겠으나, 챙김받는 느낌덕인지 어릴 때면 절대 쳐다보지도 않을 음식에 위로를 크게 받았다.


계곡에서 물장구까지 ㅎ 완벽한 여름이었다


그릇과 커틀러리, 홈파티 준비



집에서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홈파티용이자 차키를 넣어둘 장식용 그릇들을 구매해보았다. 일본 그릇을 파는 도기야라는 곳이 후암동과 성수동에 있다는 인스타 글을 보고 성수동에 방문해봤다.

평소 머리를 성수동에서 자르는데, 회사를 일찍 퇴근하고 머리 자르고 그릇 쇼핑까지 야무지게 끝내고 왔다.

다행이도 도예를 전공한 가까운 친구가 있어서 어떤 게 미적으로 예쁜지, 쓰기 좋은지를 설명들으면서 살 수 있었다.

- 이런 류의 일본 느낌나는 그림 잔뜩 그려진 그릇들도 있다. 가격은 5000-8000원선

가게 관리인 분이 잘못붙여두셨다고 하시긴 했으나.. 결정유약이 들어가서 무늬가 생기는 이 그릇은 무려 3000원에 겟했다.


콜라 컵과 백자 밥그릇, 앞접시까지 한시간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골라본 식기들 최종본. 조만간 기회가 되면 일본 도자기가 아닌 한국 스타일 자기류도 구매해보려 한다.



다음 달은 또 뭔가 새로운 한 달이 되기를.

이 달까지 많이 먹고 많이 놀았으니, 이제 많이 운동하고, 많이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ㅎ